현대차 납품사, 1조8천억 단가 담합…'을들의 짜고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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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7.04.27. 오후 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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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사, 입찰 전날 회장회의서 순위·입찰가격 논의
낙찰 업체가 탈락 업체 물건 구매 등 카르텔 형성
"을 지위의 납품 업체들이 갑인 대기업 농락"

【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현대자동차에 알루미늄 합금을 납품해 온 업체 회장들이 가격 담합을 통해 부당한 이득을 얻은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중앙지점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검사 이준식)는 총 1조8525억원 상당의 알루미늄 합금 구매 입찰에서 담합을 한 혐의로 납품업체 7개 회사 회장과 대표이사 등 임직원 13명을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검찰 조사결과 이들 7개 회사들은 현대차와 현대파워텍에 알루미늄 합금을 납품하면서 담합 회의를 개최하고, 탈락 업체에게 낙찰 물량 일부를 양도하는 물량 보전의 방법 등으로 담합을 형성했다.

이 회사 회장들은 2012년 9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28회에 걸쳐 입찰 일 전날 호텔에 모여 이번 입찰엔 어떤 회사가 1~3순위를 할 것인지, 얼마에 입찰할 것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담합 사실이 적발되지 않도록 런던금속거래소(London Metal Exchange)의 알루미늄 시세, 환율 등 계산을 통해 발주사들의 내부 검토가를 예측하고 투찰에 임했다.

현대차와 현대파워텍은 양사 입찰을 같은 날 실시하거나, 입찰 대상 기간을 분기에서 반기로 늘려 업체들 간 이해 관계 조정이 어렵도록 입찰 구조를 개선했지만, 납품업체들은 매 입찰일 전날에 담합 회의를 개최해 이 같은 조치를 무력화했다.

특히 이들은 낙찰 업체들이 탈락 업체들로부터 알루미늄 합금 제품을 구매해 주는 방법으로 탈락 업체에 대한 물량 보전을 해주면서 담합을 공고히 했다.

검찰은 7개 회사가 담합으로 얻은 추가적인 이득이 납품액의 10%인 약 1800억원 상당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7개 회사가 납품한 알루미늄 합금은 주요 승용·RV차량 생산에 사용됐다.

검찰은 담합의 직접 관여 정도, 최종 책임 및 수익 귀속 여부 등을 고려해 이들 회장들에 대한 처벌 범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7개 회사 회장들은 검찰 조사에서 대부분 담합 사실을 인정했지만, 본인들의 적극 개입 부분에 대해서는 일부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을의 지위에 있는 납품 업체들 전원이 카르텔을 형성해 갑의 지위에 있는 대기업을 농락한 사건"이라며 "담합사건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pyo0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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